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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꽃잎이 떨어지던 날

 

written by. 한연화

 

 

 

   그가 없는 하늘은 더 이상 푸르지 않았다. 아니, 하늘은 푸르더라도 공대의 눈이 그를 닮은 푸른색을 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우루무치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길 중 하나인 천산북로에 그를 묻으며 공대는 마지막으로 그의 손을 잡아보았다. 자신은 이제 한족 진공대가 아닌 위구르족 진공대로, 그리고 삼합회를 배신한 배신자로 살아갈 것이었다. 그리 다짐하며 공대는 마지막으로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

 

 

   그날의 시위는 무척 평화로웠다. 광둥성 샤오관 시에 있는 홍콩계 완구업체 쉬르에서 위구르족 노동자들이 한족 소녀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일었고, 그로 인해 한족과 위구르족의 갈등은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한족들은 우리의 소녀를 감히 위구르 따위가 범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위구르인들의 파렴치함에 치를 떨었고, 위구르인들은 증거가 없는 것을 이유로 이 사건에 대한 공명정대한 수사를 요구하는 한편 위구르인은 강간범이 아니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동투르키스탄의 독립을 요구하며 지하공작활동을 벌이던 조직 ‘신의 아이들’ 의 리더 조맹덕의 발표가 있었다.

 

   “우리 동투르키스탄은 이번 사태와 무관하며 이는 우리의 입지를 좁히고 끝내는 그 옛날 준가르인들처럼 학살하려는 중국의 야만적인 행태에 불과할 뿐이다. 동투르키스탄의 형제국가인 수많은 이슬람 국가의 인민들이여, 그리고 세계 모든 국가의 민중들이여, 숱한 세월 우리 동투르키스탄을 지배한 중국은 우리 위구르인의 자유를 빼앗고 주권을 빼앗았다. 그리고 우리의 동의 없이 우리의 고향을 개발하고 그 이익을 자신들끼리 착복하며 이에 반발하는 우리들을 폭도로 몰아 학살해왔다. 이번 사태 또한 우리 위구르인들을 학살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기획된 일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바. 이에 대해 우리 ‘신의 아이들’ 은 사건의 전말이 밝혀질 때까지 중화인민공화국 당국에 실력을 행사할 것을 천명하는 바이며, 또한 앞으로 이 사건을 기화로 동투르키스탄의 독립을 위해 우리의 모든 것을 걸고 끝까지 투쟁할 것을 알라의 이름으로 맹세하는 바이다.”

 

   조맹덕의 선언 이후, 위구르인들과 한족들의 충돌은 점점 더 빈번해지고 거세어졌으며 그것은 끝내 폭력사태를 일으켜 두 명의 위구르인 노동자가 집단구타를 당해 사망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직후에 수사결과와 당국의 발표로 위구르인들은 성폭행 사건과 무관하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에 분노한 위구르인들은 동족들이 억울하게 한족들에게 맞아 죽었다며 이 사건에 대해 조사해달라 요청하는 평화집회를 열었으나 중국 공안은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공격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7월 5일, 우루무치 위구르족 집단 거주지역 부근 인민광장의 시위가 과격해지고 경찰의 대응 또한 과격해지면서 그날부터 모든 정보가 차단되기 시작했다. 진공대는 그때 중국 공산당 정부와 손잡은 삼합회에 의해 투입된 전문 킬러들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위구르족인 척하고 끼어들어서 과격시위 조장하다 7월 8일쯤에 그 새끼들 하나씩 죽이면 된다는 거지?”

 

   평소처럼 하면 되는 일이었다. 평소처럼 조직의 명령을 수행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7월 8일, 진공대는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그날 진공대에게 내려진 지령은 한 차례 수정되었고, 그것은 시위현장을 직접 지휘하는 위구르족 지도자 조맹덕을 납치 후 암살하고 시신을 처리하라는 것이었다.

 

   시위 중인 위구르족의 앞을 막아서는 한족 시위대의 동향을 살펴보다 말고 진공대는 미리 준비해둔 외신기자 신분증을 내밀며 인터뷰를 명목으로 푸른 머리카락에 푸른 눈을 가진 조맹덕에게 접근했다. 없는 살림에 대학을 나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진공대는 조맹덕을 시위장소에서 멀어지게 했고, 그와 함께 시위장소에서 멀어지자마자 그를 때리고 기절시켜 차에 태웠다. 그러나 그 순간, 그는 이상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조맹덕은 이 순간에도 웃고 있었다.

 

   “뭐야?’

 

   기시감에 사로잡힌 공대는 미리 골라둔 살해하기 적당한 장소로 이동하기를 잠시 망설였다. 세상에 어떤 인간이 이런 상황에서 웃을 수 있단 말인가. 정말 이 사람은 신의 자식인 것인가. 종교의 자유가 없는 중국에서 해서는 안 될 생각을 한 것도 잠시, 머리를 털어내며 복잡한 머릿속을 다시 정리하려는 그에게 차 뒷좌석에 던져진 조맹덕이 말을 걸어왔다.

 

   “선생, 나 죽이기 전에 잠시 나랑 어디 좀 갑시다. 당신이 꼭 가야 할 곳이오.”

 

 

 

*

 

 

   무슨 생각으로 그랬던 것일까. 그 말에 마음이 흔들려 공대는 조맹덕이 가자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 가는 도중 조맹덕의 얼굴이며 몸에 난 상처가 왠지 안타깝고 미안하게 여겨져 약국에서 소독약과 연고, 습윤밴드와 반창고, 거즈붕대를 사서 치료해주기까지 하며 두 사람은 베이징의 어느 시장에 도착했다.

 

   “이제부터 잘 봐둬요. 우리가 저 아이들을 구해주지는 못하겠지만.”

 

   조맹덕이 가리킨 곳에는 어린 여자아이들이 일렬로 줄을 지어 서있었다. 저게 뭐지 하며 아이들을 들여다보던 공대는 순간 깜짝 놀라 얼어붙고 말았다. 아이들의 목에는 하나같이 자신들을 파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저는 올해 열다섯입니다. 요리와 설거지와 빨래를 할 수 있어요. 저는 좋은 식모가 될 수 있습니다.’

 

   열다섯이라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한 눈에 보아도 열두 살 내지는 열세 살 밖에 되어 보이지 않았다. 공대는 깜짝 놀라 조맹덕을 돌아보았다. 조맹덕이 말했다.

 

   “우리는 사실, 한족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중국 공산당을 미워하고, 인민들의 피를 빨아 이익을 채우는 부자들을 미워하고, 또 그들에게 세뇌돼 우리를 공격하는 이들을 미워할 뿐이죠. 왜냐하면 이것이 중국 공산당의 실체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무슨?”

   “벌어지는 소득차이와 빈부격차. 모든 이익은 오로지 당 간부들과 부자들의 몫. 그러나 인민들의 삶은 비참하기 그지없지요. 그리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소수민족을 탄압하는 것이 중국 공산당이 아닙니까.”

   “……”

   “그리고 선생도 아마 가난이 아니었다면, 중국 공산당과 부자들이 이익을 독점하지 않았다면 삼합회에 들 일은 없었겠지요.”

 

   자신의 삶에 대해 모르면서도 사람을 죽여온 자신의 지난 삶에 대해 말하는 것이 전혀 고깝게 들리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공대는 그날 자신의 이름을 말했고, 둘은 밤이 늦도록 술집에서 오리고기와 술을 시켜 술잔을 기울이다 끝내 서로의 입술을 맹렬히 먹어 치웠다. 조맹덕은 공대의 허리를 끌어안고 벌어진 입 속에 혀를 집어넣어 옭아매며 사정없이 입 안을 탐하다 옷 위를 슬슬 건드렸다. 그러나 공대는 끝내 조맹덕이 제 셔츠를 벗기는 것까지는 허락하지 않았고, 둘은 그저 옷 위로 서로를 쓰다듬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렇게 공대는 한동안 조맹덕을 차에 태우고 다니며 여러 노동쟁의 현장이나 아동노동 현장 등을 찾아다니며 조맹덕이 말하는 민중들의 투쟁을 지켜보았고, 때로는 공안의 진압에 맞서서 그들과 함께 싸우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그는 자연스레 삼합회의 배신자가 되었고, 삼합회는 배신자 진공대와 위구르족 독립운동가 조맹덕을 제거하기 위한 청소조를 따로 파견했다.

   공대가 청소조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서였다. 공대는 자신들의 차를 뒤따라오는 차량의 존재를 느끼고 속도를 올렸으나 앞에서 다른 차가 나타나 길을 가로막았다. 앞뒤를 모두 포위당한 공대는 칼을 꺼내 들었다. 이래봬도 최상급 킬러였으니 실력만은 자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공대도 점점 불어나는 숫자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공대는 결국, 여러 군데를 베이고 찔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고 이제 끝이구나 생각하며 조맹덕에게 당신만이라도 도망가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조맹덕은 그 순간, 공대의 칼을 빼앗아 청소조 한 명의 목을 베고는 그에게서 휴대폰을 빼앗아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공대를 불렀다.

 

   “진 선생.”

   “응?”

   “살아. 나 대신 당신이 살아남아. 꼭 살아남아줘, 진 선생.”

   “조맹덕씨?”

 

   공대가 말릴 새도 없이 조맹덕은 청소조와 맞붙어 싸우기 시작했다. 그도 지하공작을 지휘하며 여러 차례 전투를 벌였겠지만 이런 식의 전투는 처음이었고, 그는 결국 청소조의 칼날에 스러지고 말았다. 공대의 눈앞에 그가 흘린 붉은 피가 꽃잎처럼 후두둑 떨어지고 마치 꽃이 송이째 땅바닥에 떨어지는 것처럼 그의 몸이 털썩 하고 땅바닥에 떨어졌다.

 

   “조맹덕씨!”

 

   공대는 눈물도 나오지 않는 눈으로 조맹덕의 몸을 끌어안았다. 심장을 찔린 조맹덕의 눈에서 한 줄기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공대가 조맹덕의 몸을 끌어안고 울고 있을 때였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나 공대를 구해주었고, 그들은 자신들을 ‘신의 아이들’ 이라 소개하며 말했다.

 

   “이제 당신이 우리를 이끌어줘.”

 

 

*

 

 

   “조맹덕씨.”

 

   천산북로에 그를 묻고 돌아오며 공대는 조맹덕의 이름을 불렀다. 조맹덕의 자리를 생전 처음 보는 한족 출신인 자신이 맡게 된 것에도 ‘신의 아이들’ 은 불만이 없었다. 아마 조맹덕 당신이 짧은 시간이지만 그만큼 나를 믿었기 때문이겠지 생각하며 공대는 담배를 한 대 피웠다. 그가 담배를 싫어했지만 오늘만은 피워야겠다 생각하며 공대는 말했다.

 

  “조맹덕씨, 다음 생에는 말야, 나랑 같이 독립된 동투르키스탄에서 태어나자. 더 이상 중국 공산당과 부자들이 우리 몫을 빼앗아가지 않는 세상에서 태어나자. 그래서 아무 걱정 없이 우리끼리 여기저기 놀러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자.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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