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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윤리적인 존재에 대한 동경
 

Written by. 토모로

 


   한 사람의 몸이 넘어간다. 검은 배경 속에서 총구가 달궈진 연기를 뱉는다. 쯧, 혀를 차는 소리가 공기 중에 울린다. 바로 앞에서 총을 쏜 탓에 얼굴과 목이 피로 덮여 있었다. 조조는 안경을 벗어 대충 닦았다. 검지와 중지로 올려 쓰고 인상을 팍 구겼다. 손을 옮겨 와이셔츠의 단추를 거칠게 하나 풀었다. 파란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린다.
 


   “남은 인원은?”

   “없습니다.”

   “가자.”

   “네.”

   지독하신 분. 조직 내에 배신자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말을 들은 형님은 그 사람들을 직접, 한 명씩 죽였다. 교살, 독살, 수장, 타살, 마지막으로 총살까지. 너무나도 지독해 미친 이들에게 제정신이 아니라는 말을 듣는 사람. 잉크가 마른 도장처럼 흔적을 남기는 당신의 발끝을 따라간다. 시체들을 쌓아두고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양 구는 분위기가. 안경에 가려진 눈으로 뒤에서 바라본 그의 모습은 고고했다. 조인은 이런 답변을 내는 제가, 마음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불현듯 고독한 발걸음 소리가 멈췄다. 잘 가던 조조가 길 중간에서 눈을 역삼각형 모양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옆으로 비틀어 조인을 바라봤다. 조인은 마주친 동공에 가슴이 뻥 뚫린 감각을 받았다. 금방이라도 저를 잡아먹을 의향이 담긴 눈빛이다. 짐승들의 사체 위에 앉아있는 짐승이다. 조조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조인의 머리채를 억세게 움켜쥐었다. 당황한 감정이 묻어있는 표정을 보자 웃음소리를 냈다. 자효야, 넌. 조인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두 입자가 충돌했다. 이미 물들어버린 얼굴에서 혈향은 나지 않았다. 진한 장미 같은 것의 향이 났다. 분명 향수겠지. 평평한 미간이 곱게 어그러진다. 둘은 잠깐 동안 그러고 있다 떨어졌다. 조조는 웃으며 친히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거기에 애정 따위는 없었다. 대신 애정 흉내를 내는 다른 것이 가득했다. 그의 보스는 다시 당당한 걸음 소리가 내며 갔다. 조인은 잠시 가만히 있었다. 그의 목울대를 저릿하게 만드는 공기가 감돌았다. 그는 오싹하면서도 황홀한 전율이 몸을 지배하려 드는 것을 방관했다. 지극히 선정적인 느낌이었다. 답 없네. 조인도 조조의 뒤를 따랐다.
 

 


*
 

 


   조인은 짙은 색을 뽐내는 문 앞에 섰다. 그러더니 똑똑, 나무를 두 번 두드렸다. 이후 정적이 살짝 고개를 내밀었다. 안 계신가. 조조는 아까 조인에게 다른 조직에서 몰래 빼돌려온 자료를 주고는 정리해서 가져오라 했다. 그의 얼굴에는 늘 그렇듯 한 떨기 핏자국이 만연했다. 조인은 또 위험한 일을 벌이셨구나. 생각했지만 곧이곧대로 따랐다. 다른 사람의 흔적을 두르고 나타나는 자극적인 이를. 정상의 범주를 쉬이 벗어나 버린 이를. 그래서 이상한 자신에게 연심을 던지고 간 이를. 조인은 늘 그랬다. 그것이 아침의 일이었다. 그는 다시 노크했다. 이번에도 반응이 없자 방 안에 두고 나와야겠다는 생각에 조심히 문을 열었다. 안쪽의 공기가 얼굴을 덮쳤다. 무언의 표정을 한 그는 시선과 발을 방 안으로 들였다. 어둑어둑하고 은밀한 빛이 깔린 방에는 블라인드가 쳐져 있었다. 이곳에 들어온 존재는 조인 뿐이었다. 그 앞쪽에서는 조조가 책상 위로 발을 올린 채 자고 있었다. 조금 인상을 쓴 것이 평소에도 늘 유지하던 표정을 보는 감상을 줬다. 그는 가까이 있는 탁상에 서류를 내려놓고는 조조의 곁으로 다가왔다. 핏기없이 창백한 얼굴은 아까의 핏자국이 사라진 상태였다. 조인은 잠시 그 피부 위로 핏자국을 묻혀 더럽히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의 피, 남의 피, 제 피. 아무거나 상관없었다. 그러면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예전에 몇 번 손길을 허락한 적이 있어 내심 접해도 문제 없을 거라 자만하는 꼴이었다. 그때가 떠오르니 더 묘하고 묵직한 욕구가 피어올랐다. 이런 생각까지 하는 것을 보니 미친 사람이 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충동은 마약같이 끈끈하고 강해서 그를 움직였다. 조인은 짙은 다크서클 아래 여린 살에 손을 대고 섬세하게 손가락을 미끄러트렸다. 생소한 감각에 중독되는 기분이었다. 형용하지 못할 느낌이 내장을 치고, 채웠다. 조직 내에 형님에게 사심을 품은 자들이 있다 들었는데. 마음속 동요가 그들을 이해하게 했다. 죄를 저지르는 기분에 돌연히 인기척이 느껴졌다. 자는 줄 알았던 형님이 느리게 손을 움직여 내 목덜미를 잡았다. 순간적으로 깨달은 것에 움찔했다. 대처할 틈도 주지 않고 조조는 상대에게 입을 붙였다. 심히 불순하고도 관능적이었다. 조인은 그것을 허락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그에게 파고들었다. 진득하게도 한동안 두 사람의 거리가 멀어지지 않았다. 볼에 머물렀던 손은 급히, 노골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걸렸구나, 자효야.”
 


   잠시 떨어진 틈 사이로 음성이 튀어나왔다. 전과 같은 눈빛도 함께였다. 조인은 그 말을 듣고 낮게 웃었다 다시 입을 맞췄다. 아, 또 구나. 아무래도 나중에. 등을 타고 육감적인 공포가 흘렀다. 그는 흥분감을 던져두고 행위에 열중했다. 외줄을 타던 이가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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