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그를 죽였다.
Written by. 샌
알 수 없는 냄새들로 가득 찬 창고는 바깥에서의 빛은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작은 전구 하나로 버티고 있는 창고에는 여포와 이름 모를 남자가 있었다.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다가 창고의 문을 바라봤다. 와야 죽일 텐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남자는 여포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가만히 있는 지가 10분이 다 되어가자 기다리기 지친 듯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구석에 세워진 각목을 하나 들고 남자에게 다가갔다. 죽을 각오는 했지ㅋ? 살려주세요, 뭐든지 다 할게요. 싫어. 밖에 인기척이 느껴지자 각목을 높이 들었다.
듣기 거북한 소리가 창고를 메웠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각목을 대충 구석에 던진 여포가 문 밖으로 나갔다. 응, 처리는 알아서 해라. 옷에 튄 피가 신경쓰였다. 그냥 벗자. 옷도 창고 안에 던지고 차에 올랐다. 쥐새끼는 처리 완료. 그 새끼만 걸리면 이 수고도 다 끝이었다.
요 근래 여포의 조직에 첩자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었음 몰랐겠지만 바닥부터 이 자리까지 여포를 오게 해 준 감으로 모두 잡아냈다. 누가 나의 목을 노린다. 절대로 목을 내줄 생각은 없었지만 괜히 걱정이 되어 하나하나 다 처리하는 중이었다. 노리는 새끼. 걔만 노리면 된다.
여포는 절대 죽지 않는다.
*
형식만 있는 서류들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님, 어디 가십니까? 밥 먹으러 간다. 불만 있냐? 고개를 푹 숙이고 인사하는 조직원들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성가신 놈들. 휴대폰을 바라보던 여포가 건물 밖으로 나갔다. 비가 오고 있었다. 시발 되는 게 없냐. 옷과 휴대폰이 다 젖겠지만 그냥 무시하고 걸어갔다.
딱히 배는 고프지 않았다. 머리라도 식힐 겸 나온 것이었지만 비에 짜증만 더해질 뿐 스트레스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
“보스?^^”
“뭐냐?”
“Oops, 비가 오는데 우산을 안 갖고 가셔서 드리러 왔습니다(웃음).”
저런 애가 조직에 있었나? 여포가 걸음을 멈췄다. 원소가 우산을 건네며 미소 지었다. 제가 수금을 맡아서 보스는 처음 뵙는 것 같군요(눈물). 느낌이 좋지 않다. 비가 점점 거세져 우산은 받았지만 원소를 쉽게 믿을 수는 없었다. 내가 이 조직을 먹기 전에 들어온 놈인가?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원소의 얼굴을 바라보던 여포가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를 뒤져보면 진실인지 아닌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럼 전 이만, 일이 있어서⋯^^”
여포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돌아가는 원소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아 시발 이름 안 물어봤네. 금색 눈동자와 흰색 머리카락. 외관을 다시 한 번 머리에 새겼다. 설마 저 새끼도 첩자겠어ㅋ. 우산을 들고 편의점에 들어갔다. 식당에 들어가기엔 옷이 축축하게 젖어 찝찝했다.
*
여포가 컵라면을 책상 구석으로 치우고 조직원을 바라봤다. 그래서 자료가 하나도 없다고? 미쳤냐? 죄송합니다. 조직이 보스가 여포로 바뀌면서 과거의 자료는 다 처분했다는 말에 미간을 좁혔다. 그 새끼를 직접 찾으러 가야 하나? 사색이 된 조직원을 무표정으로 바라보던 여포가 나가라고 고개를 까딱였다. 그냥 생각을 비우기로 했다. 그 새끼가 어떤 새끼든 나는 이길 수 있다.
저녁을 대충 해결하고 건물에서 나왔다. 아까 만난 원소 때문인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빨리 싹을 뽑아버려야 한다. 방금까진 여포가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것이 가능한지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어디 가시는지?”
“어디서 나왔냐?”
“수금 끝나고 보이셔서^^”
가방을 들며 원소가 웃었다. 이상하다. 요즘 여포의 목숨을 노린다는 소문이 돌면서 갑자기 나타난 원소가 계속 의심되었다.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생각을 숨기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는 눈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원소를 죽이면 누가 나의 목을 노리는지 알 수 있나? 절대 아니다. 웃으며 쳐다보는 원소의 얼굴에 침이라도 뱉고 싶었지만 원소가 누구인지에 대한 확답을 얻고 싶어 손목을 잡고 근처 가게에 들어갔다. 여포의 돌발행동에 원소의 얼굴에 당황함이 보였지만 잠깐이었다. 곧 바로 미소로 돌아가더니 너무 적극적인 거 아니냐며 농담까지 했다.
내 질문에 거짓으로 답하면 너는 저 뒤 야산에 묻힌다ㅋ. Oops, 조금 무섭군요. 여포와 원소는 카페에서 대충 아무거나 시킨 뒤 제일 구석에 앉았다.
“이 조직엔 언제부터 들어왔냐?”
“7년 전(웃음)?”
여포가 조직을 먹은 지는 5년이 지났다. 그냥 예전부터 있던 직원이라 한 번도 못 만난 건가? 5년 동안? 그러면 왜 갑자기 날 찾아온 이유는?
“그러면 갑자기 왜 찾아왔냐?”
“제가 아직도 말 안 했는지? 이번에 수금 쪽 팀장을 맡게 되어서(웃음)^^.”
아. 여포가 미간을 좁혔다. 눈웃음을 지으며 컵을 들고 한 모금 마시는 원소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더 자주 만나겠네? 니 모가지 간수 잘 하고ㅋ. 원소를 따라다니면서 싹을 뽑아버릴 생각이었다.
*
이런, 계획이 틀어져버렸군. 수금을 핑계로 바깥으로 나가 여포의 정보를 캐낼 생각이었지만 온갖 핑계를 대며 일에 합류하겠다는 여포의 말에 계획이 전부 틀어졌다. 미리 업무를 다 외워놓길 잘했군…^^ 심드렁한 표정으로 껌을 씹는 여포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떨구었다. 역시 최대한 빨리 죽이는 게 낫겠지(웃음)
“야, 처음 장소 불어.”
“낙양시장 박옥정 할머님이군요.”
고개를 끄덕이고 차에 올랐다. 보스 없어도 저 혼자 할 수 있는데 왜 따라오시는지? 일 좀 하겠다는데 불만 있냐? 딱히 할 대답이 떠오르지 않자 운전대를 잡았다. 이러면 직접 물어서 정보를 캘 수밖에 없다.
“조직 생활이 힘들지 않으신지?”
“힘들어 할거면 조직 먹지도 않았지ㅋ.”
갑자기 왜 묻냐? 그냥 제 롤 모델이셔서 ^^. 여포가 창 밖을 바라봤다. 왜 이렇게 덥냐. 단추를 풀어 헤치는 여포를 힐끔 쳐다본 원소가 다시 앞을 봤다. 막 벗으셔도 되는지? 왜 안 될 거라도 있냐? 말을 너무 잘하는 건지, 멍청해서 말이 안 통하는 건지.
시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시선이 몰리는 것이 느껴졌다. 안 그래도 키가 커서 어딜 가도 집중이 되는데 여포가 꽃무늬 셔츠를 입고 있어서 더했다. 보스, 그 옷을 매우 좋아하는지? 꼽냐? Oops, 아닙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앞장서는 여포의 뒤를 원소가 따라갔다. 제일 안 쪽, 떡집 맞냐? 예^^(웃음).
이렇게 나온 것도 오랜만이네ㅋ. 여포가 손을 탈탈 털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돈을 왜 안 줘, 할매. 빨리 줘야 내가 안 찾아오지ㅋ. 가게 안 의자에 앉아있는 할머니에게 다가간 여포가 고개를 숙여 눈높이를 맞추고는 활짝 웃었다. 너한테 줄 돈은 없다. 할매, 자꾸 그럴 거야? 내가 착한 거라니까ㅋ.
“아 할매 뭐해?”
“이거나 먹고 떨어져. 줄 건 이거밖에 없어!”
할머니가 물을 뿌리자 여포가 얼굴을 찌푸렸다. 됐어, 할매. 나중에 다시 올 거야. 셔츠를 대충 털고 가게 밖으로 나왔다. 보스, 괜찮으신지? 넌 시발 이게 괜찮아 보이냐? 어디 여관이라도 가야겠네 썅. 껌을 하나 꺼내서 씹더니 차로 향했다. 제일 가까운 곳으로 가.
^^ 계획이 완벽히 틀어졌군. 대화로 정보를 캔다는 계획도 실패하자 다음을 기약했다. 시장 근처 아무 모텔이나 들어가자 카운터에 앉아있던 남자가 흠칫 놀라는 것이 눈에 보였다. 머리와 몸이 젖고 인상을 쓰고 있는 여포는 대충 아무 키나 받아서 방으로 향했고 원소가 그 뒤를 쫓았다. 보스, 뭐가 그리 급하신지;;^^? 닥치고 따라오던지 해.
방에 들어가자마자 여포가 옷을 벗어 던지고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들리는 샤워기 소리를 듣다가 침대에 누웠다. 휴대폰이라도 뒤져야 하나? 외투 사이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는 휴대폰을 바라봤다. 걸어가 휴대폰을 집어 들어보자 잠금이 걸려있었다.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다는 건가? 원소는 다시 침대로 돌아가서 누웠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지금이 딱 좋은 시기가 아닌지? 외진 모텔이며, 지금 여포는 아무 것도 없는 채로 씻고 있다. 근데 왜 거부감이 드는 건가?
물소리가 끊겼다. 곧 여포가 나올 것이다. 혹시 몰라 늘 가지고 다니던 총을 침대 밑에 넣었다. 때를 더 기다려서 예정일에 죽여야 하나, 아니면 지금 끝내버려야 하나?
“뭐하냐?”
Oops, 망했군. 실오라기 하나 걸치고 나오지 않은 여포를 바라보다가 원소가 고개를 떨구었다. 원소가 아무런 말이 없자 여포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경악했다. 미쳤냐? 나가. 싫으신지? 응 시발. 앉아있는 원소 옆에 여포가 앉아서 머리를 탈탈 털었다. 미친놈아, 그냥 잠이나 자라. 아직, 오후 4시인데^^.
원소가 가만히 앉아있는 여포를 바라보다가 미소 지었다. 한 번만 해보지요^^(웃음).
*
“할매, 다시 왔어.”
“나는 줄 돈 없다.”
눈을 바라보던 여포가 상체를 일으켰다. 할매 계속 그렇게 나올 거야? 할매 돈 있는 거 다 아는데ㅋ. 도박 그만 해. 여포가 가게를 나가자 조직원들이 들어갔다. 보스, 집으로 가실 건지^^? 응, 너도 따라와라.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 이런^^. 날은 가까워지는데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초코우유를 마시며 걸어가는 여포의 뒷모습을 따라갔다. 뒷모습만 계속 바라봤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내일. 내일이 예정된 날이었고, 꼭 성공해야만 한다. 그냥 웃으며 차에 올랐다. 뭐 드시고 싶으신 건 없는지? 술ㅋ? ^^….
*
차를 끌고 여포의 집 앞으로 향했다. 오늘 안에 모두 끝난다. 일이 있다며 창고로 유인한 뒤 총을 쏘고 뒤는 이 조직을 먹으려고 하는 대가리에게 넘긴다. 창고로 이동하고 죽이는 동안 사무실은 대가리가 친다고 들었다. 조금은 씁쓸하군…(눈물)^^.
“타시죠(웃음).”
“오늘은 어디냐?”
말을 삼켰다. 원소는 그냥 아무것도 아니라며 차를 몰았다. 처리하기 쉽게 창고는 근처 산 속에 있었다. 산 속으로 들어가자 여포가 눈치를 챌 것이라고는 다 예상을 해놨다. 눈치채는 듯한 기미가 보이면 바로 이 총으로….
“누구냐? 박청수? 정규병? 나 죽이러 가는 거 다 안다ㅋ.”
제대로 망했다. 최대한 모르는 척 하려 했지만 다 알고 있는 듯한 여포의 얼굴에 구석에서 총을 빼서 들었다. 조금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군^^. 내가 모를 거 같았냐? 언제부터 알게 되었는지? 너 처음 봤을 때ㅋ. 여포가 창 밖을 바라봤다. 나 죽일 거냐? Oops, 당연히 죽여야 하지(눈물). 그러면 뭐ㅋ.
길을 보던 여포가 원소가 잡고 있던 핸들을 꺾었다. 지금 뭐 하는 건지? 다 죽을 셈인가? 아니, 난 살 건데ㅋ. 가기 전에 하나만 묻자. 좋아했었냐? …조금은^^?
굴러 떨어지려 하는 차의 문을 열고 여포가 나갈 준비를 했다. 잘 가라. 핸들을 더욱 꺾었다. 살 수 있을지는 확신이 들지 않았지만 개죽음보다는 훨씬 낫다. 점점 밑으로 떨어지는 차에서 문으로 뛰어내렸다. 아 존나 아파 시발. 죽으려나? 잘 모르겠다. 그냥 다 아팠다. 어디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