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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六.

 

   다음 날 점심시간에 장료는 관우를 찾아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관우도 그를 기다렸다는 눈치였다. 그가 이미 글자가 쓰여 있는 종이를 내밀었다.

 

   편지 받았니?

   "받았어요. 걱정 마요, 형이 손봐준 뒤론 얼쩡대지도 않으니까."

   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늦었지만, 그때 고마웠어요. 편지 써준 것도요. 착각이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관우는 별것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었고, 그들은 말없이 음식인 척하는 음식 아닌 것을 입에 밀어 넣었다. 맛대가리 없는 빵 쪼가리를 씹으며, 장료는 관우를 관찰했다. 그의 몸에는 그 흔한 소속을 나타내 주는 문신 하나 없었고 (물론 옷 아래에 새겨져 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을 못 하기 때문에 억양으로 고향을 유추해 볼 수 없었다. 장료는 그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배를 채우기 위한 식사가 끝났을 때 장료는 그에게 물었다.

 

   "혹시 할 일 있어요?"

   관우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나 좀 도와줄래요?"

   수감자들은 각자 배정된 일을 했다. 장료가 이 시간에 해야 할 일은 세탁물 개기였다. 따끈따끈한 수건과 옷가지 더미를 정리하면 되는,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치고는 상당히 편안하고 쉬운 일이었다. 문제는, 혼자서 하는 반복 작업이다 보니까 몸이 익숙해지기만 하면 정신은 막아주는 이 하나 없이 끝없는 사색의 굴레에 빠져버린다는 것이다. 그렇게 몇 시간을 보내고 나오면 몸보다도 정신이 탈진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장료에게 필요한 것은 그가 생각에 빠지지 않게 도와줄 사람이었다. 그냥 곁에 있어 주기만 하면 됐다. 그래서 장료는 관우가 수건을 들어 올렸을 때 안 해도 된다고 그를 말렸다. 괜히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시키는 것 같아 미안해서였다. 하지만 관우는 고집을 부렸고, 그들은 퀴퀴한 빨래 냄새와 옅은 세제 향이 함께 맴도는 곳에서 조용히 작업을 이어갔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 장료는 마음속으로 생각하던 것을 입 밖으로 뱉었다.

 

   "교도소는 처음 와 봤어요. 소년원이나 하다못해 경찰서 유치장 정도는 여러 번 들락날락했지만. 운이 좋았죠." 침묵을 깬 소리에 관우가 그에게로 시선을 옮기더니 눈썹 한쪽을 치켜떴다. 장료는 말을 이어갔다.

   "병주 그 변방 깡촌에 뭐가 있겠어요? 맨날 눈만 쳐 내려서 먹을 건 좆도 없는데 정부에서 지원 끊어버리니까 동네 꼴은 개판이고. 툭하면 저 위에 사는 오랑캐 새끼들이 털러 오고. 어른들은 죄다 황건적 진압한답시고 군인으로 끌고 가버렸으니까, 기껏해야 애들끼리 몰려다니면서 서로 지켜주는 게 다지. 양아치 짓 하고 다닌 건 사실이고, 변명하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선택지가 그것밖에 없었어요. 안 그러면 죽으니까. 시작은 그랬어요. 어쩌다 보니 일이 커진 거지. 어차피 잃을 게 없으니까 미친 짓도 그냥 할 수 있더라고요.

 

   대장이 인물은 인물이라, 라인 한번 잘 탔더니 하루아침에 동네 깡패들이 군인이 됐죠. 이제 와선 다 부질없는 소리지만, 우리는 제법 잘나갔었어요. 동탁, 누군지 알죠? 그 사람 차를 내가 몰고 다녔었어요. 남들은 독재자라고 욕하지만, 사실 그 아저씨 자기 부하들한테는 꽤 잘해줬어요. 배가 부르더니 게을러져서 마지막에 엿 먹은 거지. 그 뒤부턴 정신없이 도망 다녔죠. 변방 출신 양아치들을 진심으로 써먹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던 것도 같아요. 이런 식일 줄은 몰랐지만.

 

   ...너무 내 얘기만 했죠? 형은 어때요? 그쪽도 꽤 고생했을 것 같은데. 경찰이 그랬다면서요? 쓰레기들." 한참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장료가 자신의 입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관우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눈치더니 곧 글자를 써서 보여주었다.

   같은 공무원이긴 하지만 경찰은 아니야.

   사무직 주제에 총을 가지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칼이 아니라 총이었어요?"

   칼자국이랑은 상관없어.

 

   "그렇구나. 소문이 이상하게 났나 봐요. 여기 있는 사람들 다 형을 무서워한다는 거 알아요?"

   너도 그러니?

 

   "아뇨."

   그럼 상관없는 일이지.

 

   "사람들이 형을 무서워했으면 좋겠어요?" 왜 남들과 어울리지 않아요? 적어도 겉치레 식으로라도? 그렇게 자신 주변에 완전히 울타리를 쳐버리면 힘들지 않아요? 여러 가지를 내포한 질문이었지만, 관우가 내민 답은 간단했다.

 

   난 여기가 싫어.

   "나도요."

   장료는 관우에게 동의한다는 뜻으로 웃어 보였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관우의 입가에도 희미한 웃음이 스쳤다.

   "할 거 없으면 내일도 옆에 있어 줘요."

   관우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七.

 

   그날부터 장료는 그 시간에 관우와 함께였다. 관우가 말을 못 했기 때문에, 대화는 상당한 간극을 두고 이루어졌다. 장료가 낮에 자기 얘기를 하면 관우는 그것을 가만히 듣고 있다 종종 메모로 끼어들고, 본격적인 생각은 편지로 써서 밤 점호 때에 전해주는 식이었다. 그것은 곧 일과가 되었고, 동시에 이곳의 생활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되었다.

 

   관우가 무슨 대단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글솜씨가 특출나서 문장 하나하나에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언제나 혼자 속으로 썩혀야만 했던 얘기를 꺼내놓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조금 정리할 수 있었다. 또, 그의 편지를 읽고 그에 대한 답을 생각하다 보면 과거를 생각하지 않아도 잠에 들 수 있었고, 그건 정말로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되었다. 날마다 방 안으로 쪽지가 날아들자, A는 여기가 무슨 애새끼들 다니는 학교 기숙사냐면서 욕을 했지만,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관우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장료가 관우에게 안면인식장애를 앓고 있다고 얘기한 날 온 편지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문원에게

   네 얘기를 들으면서 궁금한 게 하나 있었다.

   사람 얼굴을 구분 못 한다면, 너는 너를 어떻게 알아보니?

   너는 네가 너인 줄 어떻게 알지?

   거울에 비친 모습이야 거울을 믿는다고 해도,

   남들이랑 같이 찍힌 사진 같은 거에선

   네가 누구인지 어떻게 알아봐?

   - 운장

   한 번도 고민해 본 적 없던 주제였다. 그러게. 장료는 자기 자신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거울을 볼 때도 그냥 저게 나겠지 하고 넘겼다. 남들과 같이 찍은 사진을 봐도 그 얼굴은 끝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장료는 사진 속에서 어떤 사람이 자신인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어째서지? 예시가 필요했다. 장료는 고통스럽게 밀려오는 옛 기억을 탐구의 대상으로만 삼으려고 노력했다. 그들이 하비에서 벗어나 서주 전체를 삼키게 된 날이었다...... 오랜만에 발 뻗고 잘 수 있게 된 그들은 기념으로 단체 사진을 찍었다. 대장, 이것 좀 봐요. 새꺄 너 진짜 째깐하네. 그거야 대장이 큰 거죠! 옆에 있으니까 작게 보이는 거지...... 아 그래. 이제 알겠다. 대충 짐작이 갔다.

 

   그는 외면하고 싶었던 사실 앞에 또 끌려 나와졌다.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다시는.

   장료는 친한 사람과 찍은 사진을 늘 가지고 다녔다. 그걸 종종 꺼내 본다고 해서 사람 얼굴을 못 알아보는 증세가 나아지진 않았지만, 적어도 추억을 되새기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젠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들과 찍었던 사진은 구치소에 있을 때 전부 찢어버렸다. 여포가 마지막 순간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했다는 말을 듣고 부끄러움과 분노에 휩싸여 충동적으로 벌인 짓이었다. 내가 왜 그랬을까.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을 텐데. 후회는 과거를 끝없이 반추하며 그의 정신을 갉아먹었다.

 

   다음 날 장료는 충혈된 눈으로 관우를 만났다. 관우가 힐끗 장료를 살폈고, 그들은 말없이 수건과 옷가지를 갰다.

   "있잖아요, 내가 밤 동안 생각해 봤는데.... ...내가 나인 걸 알아볼 수 있는 이유는 그 옆에 있는 사람들이 내가 아는 사람들이어서, 인 것 같아요."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관우가 그를 쳐다보았다. 그가 천천히 몇 글자를 쓰더니 장료에게 보여주었다.

 

   누구나 그래.

   나도 그렇고.

   "......그쵸, 다들 그런 거죠?" 다시 한번 확인받고 싶어, 장료는 절박하게 물었다.

   "응." 관우가 낮게 답했다. 목소리는 확신으로 차 있었다.

   "......고마워요. 생각해 보면 예상 못 했던 곳에서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무슨 뜻이야?

 

   "별건 없고...... 왜, 원수라고 생각했던 사람하고 손을 잡기도 하고, 싸울 것 같았던 사람하고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기도 하잖아요. 그 사람과 내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런 뜻이죠."

 

   예를 들어?

   "글쎄....... 예전 서주에 있을 때, 분명 싸움 나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아무 일 없이 지나간 적이 있었죠.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우리가 유리했고 결국 우리가 이겼지만, 그때 더 유리한 위치에 있는 건 그쪽이었는데, 그냥 서로 모른 척하자고 하더군요."

 

   그 사람을 기억하니?

 

   "아뇨, 밤이어서 제대로 못 봐서 몰라요."

   그렇구나.

 

   관우는 더 묻지 않았다.

 

 

   八.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장료는 늘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을 물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있잖아요, 내가 사람 얼굴 잘 못 알아 본다는 얘기 했었죠?"

   늘 그렇듯 별로 감흥 없어 보이는 끄덕임.

   "그래서 사람을 얼굴이 아니라 다른 특징으로 구분하는데, 유독 형만 눈에 잘 들어와요. 장발이라서."

   그런데? 더 얘기해봐, 하는 표정.

   "여기는 그러면 안 되는 곳이잖아요. 나도 원래 머리 길었었는데 이렇게 밀렸다고요. 그리고 맨날 가지고 다니는 종이랑 펜도, 그런 거 원래 금지잖아요?"

   관우는 알겠다는 얼굴을 하더니 무언가를 썼다. 그가 들어 올린 메모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궁금한 거구나.

   내가 어떻게 이런 특권을 누릴 수 있는지.

 

   "특권? 글쎄요, 어떻게 보면 그렇겠네요. 하지만 그것보단, 형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한 거예요. 항상 물어보고 싶었어요."

   진심이었다. 관우는 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고, 고심한 흔적이 담긴 편지는 진솔한 어투로 써졌지만, 그가 장료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은 적은 없었다. 물어보면 답해주긴 했지만, 그 정보는 단편적이었고, 절대 그 이상을 말해주지 않았다. 항상 고민을 털어놓는 역할만 한다는 것은 장료에게 죄책감을 주었다. 자신이 그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고, 한편으로는 관우가 그에게 마음을 완전히 열지 않았다는 생각에 침울해지기도 했다. 그는 거의 웃지 않았다. 

 

   그가 이 말을 한 것은 관우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그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관우는 그의 바람과는 달리 이걸 전혀 다른 뜻으로 받아들였는지 조소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가 느릿느릿하게 두 문장을 적더니 내밀었다, 이게 네가 바라는 답이다, 라고 말하듯이.

 

   내 처지도 별반 다르지 않아.

   높으신 인간 하나가 나한테 관심이 있을 뿐.

   "그럼 왜 그 사람한테 여기서 나가게 도와달라고 하지 않아요?" 관우의 표정이 일순 굳었다.

   그 편이 더한 죄수가 되는 꼴이니까.

 

   "어쨌든 도와달라고 하기만 한다면 나갈 수는 있다는 뜻이네요? 말도 안 돼. 내가 형이라면 일단 여기서 나가겠어요. 그래야 뭐라도 하죠."

   관우는 펜을 다시 들지 않았다.

   "안 그래요? 여기에 있어 봤자 뭘 할 건데요? 탈옥이라도 할 거예요? 잘해봐야 늙어 죽기겠죠.” 관우가 답하지 않자 답답해진 장료는 그의 앞에 종이를 밀어놓았다. 관우가 마지못해 쓴 글은 다음과 같았다. 

 

   그럼 죽지 뭐. 

   “웃기는 소리 하지 마요." 남은 평생 여기에서 썩어야 하는데 무슨 배부른 소리야, 저 깊숙한 곳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삶보다 가치 있는 죽음도 있는 법이야. 

   “맞아요. 그렇지만 그거랑 지금 상황은 다르잖아요. 형은 여기서 나갈 수 있어요, 맞죠? 근데 안 그러겠다고 버티고 있는 거잖아요. 그걸 가로막는 거에 형의 고집 말고 다른 게 있어요?”

   "……."

   "나도 형 말에 동의해요. 배신자로 연명하는 것보다 쿨하게 죽는 게 나아요. 그런데 형은 살 수 있는 방법이 뭔진 모르겠지만 분명히 있는데도 무서워서 피하고 있는 거잖아요. 무섭다는 표현이 기분 나빠요? 하지만 사실인걸.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있는 게 두려워서 외면하는 게 아님 뭔데요? 아니면 고상하게 굴고 싶어서 고집부리는 거예요? 내 말이 틀리다고 생각하면 대체 왜 그렇게 멍청하게 사는지 설명해 보시던가."

 

   넌 나를 몰라.

   "형이 한 번도 얘기해 준 적이 없으니 당연히 모르죠!"

   내가 왜 너에게 말해줘야 하지?

   "친구 사이에 그 정도 말도 안 해요?"

   "......." 그 침묵은 우리가 그런 사이였니? 라는 말처럼 들려서, 장료는 덜컥 두려워졌다.

   "대답해 줘요."

   관우는 한참을 펜대만 잡고 있다 끝내 두 줄을 썼다.

   알았어.

   네가 맞는 것 같다.

   "진심이에요?"

   그래.

   내가 어리석었어. 네 말이 맞아.

   내가 괜히 겁먹고 있었던 게 맞다.

   네 말대로, 할 테니 대신 너도 나랑 약속 하나 하자.

   "......뭔데요.”

   여기서 나가면 범죄에서 손 떼고 다른 일 하고 살아라.

   다시는 이런 곳에 들어올 일 없게.

   이왕이면 적성에 맞는 거로.

   동탁의 리무진을 몰았다고 했지?

   그럼 운전 실력은 보증된 거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요. 난 죽을 때까지 여기서 썩어야 한다고요. 알겠어요? 평생을요, 씨발.”

   내가 도와줄게.

   “형도 여기 갇혀 있으면서.” 관우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젓더니 이것저것을 쓰다 전부 덮어버렸다. 최종적으로 그가 들어 올린 종이에서 읽을 수 있는 글자는 두 마디뿐이었다.

   날 믿어.

   장료는 그 짧은 두 마디를 오래 곱씹다 종이를 구겨버렸다.

   “이런 거창한 건 됐으니까 부탁 하나나 들어줘요.”

   무슨 부탁?

   "이거 다 하면 같이 농구 하기."

 

   그날의 게임은 그들의 승리로 끝났다. A를 비롯한 팀원들은 처음에 무슨 인간을 데려왔냐고 경악했지만, 곧 관우가 그들이 서 있는 코트 위에서 최고의 플레이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땀이 줄줄 흐르는 손뼉을 마주 부딪치면서, 장료는 오랜만에 함께한다는 감정을 느꼈다. 그가 관우를 추켜세우자 그도 만족스러운지 옅게 미소지어 주었다. 비록 여전히 관우는 그에게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좁혀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같은 팀으로 시합을 뛸 수 있었던 날은 그때가 처음이자 끝이었다.

 

 

   九.

 

   그날 이후 관우는 며칠간 보이지 않았다. 그가 없는 하루가 쌓일 때마다 장료의 걱정은 배가 되었다. 괜한 소리를 했나? 교도관에게 물어볼까도 생각했지만, 그건 안 될 일인 것 같았다. 그가 사용하던 감방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만이 최소한의 안도감을 주었다. 관우는 며칠 뒤 사라졌던 때만큼 홀연히 다시 나타났다. 오렌지색 죄수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서.

 

   바깥 청소를 하고 있을 때였다.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옷차림 때문에 처음에는 전혀 다른 사람인 줄 알았지만, 그 정도 키에 그렇게 걷는 사람은 그밖에 없었다. 장료는 관우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옆에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작은 키에, 남색 머리카락, 안경. 잘 차려입은 걸 보니 관우의 뒤를 봐준다는 사람이 저 남자일 거라는 생각이 직감으로 들었다. 그는 관우의 허리에 손을 얹고서 무언가를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걸 듣는 관우의 미간에는 평소보다 더 깊은 주름이 파여 있었다. 너무 빤히 쳐다봤는지, 그 남자가 고개를 돌려 장료와 눈을 마주치더니 씩 웃어 보였다. 장료가 미처 반응하기 전 그 남자가 손짓을 해 관우더러 보라는 시늉을 했다. 유쾌한 낯인 남자와는 달리 한층 더 심각한 표정이 된 관우가 장료를 보더니 손을 내저어 가라는 의사를 표했다. 장료는 그의 말에 따랐다.

 

   그날 저녁, 관우는 장료를 따로 불러내더니 자신은 내일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겨우 충격을 참아내고 튀어나온 말에는 원망이 담겨 있었다.

   “네가.” 관우가 짧게 말하고서 다시 입을 다물었다. 목울대가 울렁이는 것이 보였다. 그가 종이에 빠르게 글씨를 휘갈겨 쓰더니 장료의 눈앞에 내밀었다. 

 

   네가 나더러 떠나라고 했잖아

 

   숨이 턱 막혔다.

 

   “그건 맞지만.......” 장료가 했던 말 때문에 떠나는 거니까 불평하지 말라는 소리인가? 아니, 떠나는 것 자체는 이해했다. 장료도 그것을 바랐으니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부족해서 충격을 받은 거지 그가 이곳에서 벗어난다는 사실 자체는 축하해 줬을 거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런 감정의 배려 없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통보한단 말인가? 관우에게 그는 이런 식으로 끊어내면 충분한 사람이었다는 건가? 쏟아내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간신히 참아냈다.

 

   “그럼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들어줘요. 가도 좋으니까 사진 하나만 주고 가요. 기억할 수 있게.”

   안 돼.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잖아요."

 

   매달리고 싶지 않았는데 자꾸만 애원하는 투가 됐다.

 

   어려운 일이라서 거절하는 게 아니야.

 

   "그럼 왜요?"

 

   "......."

   관우는 시선을 내리깐 채로 있더니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어.

   새벽에 보자.

   이제 돌아가.

 

   장료는 자신에게 닥친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 

 

 

   十.

   그날 장료는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4시쯤 되었을까, 아직 깜깜한 새벽에 규칙적인 교도관들의 것과는 다른 새로운 발소리가 들렸다. 장료는 조용히 침대에서 빠져나와 차가운 문에 몸을 바싹 붙였다. 창살이 달린 작은 구멍 사이로 빛이 들어왔다. 그 빛은 그가 기다렸던 사람의 등장과 함께 어두워졌다. 빛을 가리고 선 관우는 다른 사람 같아 보였다. 그가 그 큰 손으로 좁은 창살 사이에 작은 봉투 하나를 밀어 넣었다. 장료는 그의 손마디 끝을 움켜쥐었다. 

 

   "형…"

   지난 몇 시간 동안 어떻게 욕해줄지 전부 생각해 놨었는데, 막상 마주하니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었다. 관우는 푸른 눈을 외면했다. 

   "…….”

   그가 손을 빼고 가려는 듯하더니 머뭇거리다가 입속말로 말했다.

   잘 살아라.

   관우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몸을 돌려 장료의 인생에서 무책임하게 걸어 나갔다.

   그는 또다시 혼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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